"15년차 농민도 탈락"…이상한 직불금 기준

입력 2022-06-07 17:24   수정 2022-06-15 15:29


경기 고양시에서 15년째 밭농사를 짓고 있는 신모씨(69)는 올해도 공익형직불금을 받지 못했다. 신청 자격이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1회 이상 직불금을 받은 농지’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신씨는 “2019년까지는 밭 직불금이 1년에 5만원 정도밖에 안 돼 굳이 신청하지 않았다”며 “2020년부터는 받을 수 있는 금액이 120만원으로 올라 신청하려고 했지만 자격 미달로 3년째 직불금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불합리한 자격 조건 탓에 공익형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실경작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공익형직불금은 농업인의 소득 안정 등을 목적으로 2020년부터 통합 시행한 제도다. 밭 경작자가 받는 직불금을 논 경작자 수준으로 높여준 게 골자. 하지만 “논과 밭 경작자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차별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록 없다고 지급 제외는 역차별”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쌀소득보전직불제, 밭농업직불제, 조건불리지역(생산성이 낮고 경작 여건이 안 좋은 농지)직불제 등 6개 직불제는 2020년 ‘기본형 공익직불제’로 통합·개편됐다. 문재인 정부는 쌀 중심 농정 패러다임을 바꾸고 작물 간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취지에서 이를 시행했다. 작물에 상관없이 농가 면적을 구간별로 나눠 ㏊당 100만~205만원을 지급하고, 면적이 작은 중소 농가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제공했다. 신씨처럼 농지 면적이 5000㎡ 이하인 소규모 농가엔 면적에 상관없이 1년에 120만원을 지원했다. 그 결과 2019년 논의 43.1% 수준에 그쳤던 밭 직불금의 면적당 수령액은 지난해 91.8%로 상승했으며, 농가당 직불금 지급액도 평균 94만원가량 늘었다는 게 농식품부 측 설명이다.

문제는 지급 요건이다. 농업농촌공익직불법에 의하면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종전 법률에 따라 직불금을 1회 이상 정당하게 지급받은 기록이 있어야만 신청이 가능하다. 신씨처럼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실경작자면서도 기록이 없어 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이유다. 그는 “국가의 비용을 오히려 줄여준 이들을 뒤늦게 신청했다는 이유로 역차별하는 나쁜 제도”라고 비판했다. 농식품부는 올해도 문제 조항을 그대로 유지한 채 지난달 31일 직불금 신청을 마감했다.

불만이 끊이지 않자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공익직불금 사각지대 해소 대책을 제시했다. 지난 4월 김기흥 인수위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에 따라 기본형 농업직불금 대상자에서 제외된 실경작자를 구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2일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도 농업인단체장 간담회에서 “농업직불금을 5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을 재확인했다.
추가 예산 확보 첩첩산중
하지만 불합리한 공익직불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당장 예산 확보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2조4000억원가량인 직불금 예산을 5조원으로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배제한 농가들의 ‘소급 지원’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2019년 직불금을 받지 못한 농가에 대한 소급 지원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정 장관은 후보 시절 청문회에서 “소급 적용은 현실적 문제가 있다”고 난색을 나타냈다.

정부는 일단 현황 파악부터 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해법 마련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2017~2019년 직불금을 지급받지 못한 농지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뒤 농지 규모와 구체적 소요 예산을 추정하기로 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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